일상/잡소리2024. 9. 5. 15:51흔적
골목 어귀에서 울고 있는 한 소녀, 그녀가 눈 감으면 나타나는 삭막한 들판 속에 고대 쿠르간의 조각들이 푸르름을 향해 나아갑니다. 그녀의 기억에는 파란 하늘이 없지만 어두운 밤 그녀를 비춰주는 달빛은 있습니다. 그녀의 기억에는 따스한 햇살은 없지만 고요한 새벽 그녀와 함께하는 그림자가 있습니다. 그녀의 발밑에서 바람이 스치면, 긴 시간을 품고 있던 쿠르간의 조각들이 조용히 속삭입니다. 사라졌으나 아직 살아 숨 쉬는, 과거의 메아리가 그녀의 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. 그러나 소녀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. 고개를 숙인 채,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걸어갑니다. 들판 너머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있지만, 그녀의 발길은 더 이상 바람을 향하지 않습니다.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달빛도 희미해졌고, 그림..